공부법›서술형 암기법
서술형 암기법:
통째로 외웠는데 시험장에서 막히는 이유
서술형 암기법의 핵심은 여러 번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덮고 백지에 꺼내 써 보는 것입니다. 열 번 읽어 익숙해진 답안도 빈 답안지 앞에서 막히는 건, 읽는 동안 '보면 아는' 연습만 하고 '꺼내 쓰는' 연습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실험에서 그 차이가 얼마나 났는지, 그리고 헌법 조문 하나로 백지에 써 보는 방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서술형 답안은 한 번 읽고 이해한 뒤, 덮고 백지에 써 보고, 원문과 맞춰 보는 순서로 외웁니다. 다시 읽기는 '외운 것 같은 느낌'을 키우지만, 시험장에서 꺼내 쓰는 힘은 꺼내 써 본 만큼 생깁니다.
여러 번 읽으면 외워진다는 느낌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시 읽기는 바로 직후에는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그 차이가 뒤집힙니다. 이 점을 정면으로 시험한 실험이 있습니다.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Roediger & Karpicke)은 대학생 180명에게 250~280단어 정도의 과학 글(태양, 해달)을 외우게 했습니다. 공부는 네 번에 나눠 했고, 집단마다 그 네 번을 다르게 썼습니다.
- 읽기만: 네 번 모두 글을 읽었습니다.
- 1번 써 봄: 세 번 읽고, 마지막 한 번은 백지에 써 봤습니다.
- 3번 써 봄: 한 번만 읽고, 나머지 세 번은 백지에 써 봤습니다.
'써 보기'는 빈 종이에 기억나는 대로 글의 내용을 모두 적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이 학교의 서술형 시험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써 본 뒤에 정답을 보여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5분 뒤, 또는 일주일 뒤에 같은 방식으로 마지막 시험을 봤습니다.
5분 뒤에는 많이 읽은 쪽이 조금 앞섭니다
5분 뒤에는 읽기만 한 집단이 가장 많이 기억했습니다(83%). 그런데 일주일 뒤에는 순서가 정반대가 됐습니다. 세 번 써 본 집단은 61%, 읽기만 한 집단은 40%를 기억했습니다.
14번 읽은 쪽보다 3번 써 본 쪽이 일주일 뒤 더 많이 기억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놀라운 점은 읽은 횟수입니다. 참가자들은 공부 시간마다 글을 몇 번 읽었는지 직접 표시했습니다. 읽기만 한 집단은 글을 평균 14.2번 읽었고, 세 번 써 본 집단은 3.4번만 읽었습니다. 네 배 넘게 읽고도 일주일 뒤에는 더 적게 기억한 것입니다.
잊어버린 양으로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5분 뒤 시험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에 읽기만 한 집단은 기억의 52%를 잃었고, 세 번 써 본 집단은 14%만 잃었습니다. 써 본 내용은 덜 빠져나갔습니다.
정답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도 이런 차이가 났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읽기만 한 집단은 글 전체를 계속 다시 봤지만, 써 본 집단은 자기가 떠올린 만큼만 다시 본 셈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밝혀 둘 점이 있습니다. 이 실험 2에서는 써 보는 시간(10분)이 읽는 시간(5분)보다 길었습니다. 그런데 읽는 시간과 써 보는 시간을 똑같이 7분으로 맞춘 같은 논문의 실험 1(대학생 120명)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5분 뒤에는 다시 읽은 쪽이 앞섰고(81% 대 75%), 일주일 뒤에는 써 본 쪽이 앞섰습니다(56% 대 42%).
많이 읽을수록 '외웠다'는 자신감만 커집니다
읽기만 한 학생들은 자기가 가장 잘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진은 공부가 끝난 뒤 "일주일 뒤에 이 글을 얼마나 기억할 것 같나요?"를 7점 만점으로 물었습니다.
느낌과 실제가 반대로 갔습니다
7점 만점
실제로 기억
자신감은 읽기만 한 쪽이 높았고, 실제 기억은 써 본 쪽이 높았습니다
"분명 다 외웠는데 시험지 앞에서 첫 줄이 안 나온다"는 경험이 바로 이것입니다. 다시 읽을 때 술술 넘어가는 건 보고 알아보는 힘입니다. 서술형 시험에서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스스로 꺼내 쓰는 힘입니다. 두 힘은 다르고, 꺼내 쓰는 힘은 꺼내 써 본 만큼 생깁니다. 연구진도 결과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험에서 쓸 능력을 공부할 때 미리 연습했기 때문에 나중에 더 잘 꺼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서술형을 준비할 때 줄만 긋고 회독 수만 늘렸습니다. 돌아보면 이 실험의 '읽기만 한 집단'과 같은 공부였습니다.
서술형 암기법: 한 번 읽고, 덮고, 백지에 써 봅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읽는 횟수를 줄이고, 그 시간에 백지에 써 봅니다. 서술형 답안에 자주 쓰는 헌법 조문 하나로 해 보겠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제2항)
- 한 번 읽고 뜻을 이해합니다. "기본권은 이런 목적으로, 꼭 필요할 때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해도 핵심은 건드릴 수 없다"는 뼈대를 잡습니다.
- 덮고 백지에 써 봅니다. 조문 번호만 보고, 기억나는 대로 끝까지 적거나 소리 내어 말합니다. 처음엔 말이 조금 달라도 괜찮아요. 실험에서도 "정확한 단어나 순서는 신경 쓰지 말고" 적게 했습니다.
- 원문과 맞춰 봅니다. 빠뜨리거나 다르게 쓴 곳에 표시합니다.
- 다시 덮고 써 봅니다. 이번에는 표시한 곳을 먼저 떠올리며 씁니다.
지금 바로 2번을 해 볼까요? 위 조문을 가리고, 조문 번호만 보며 끝까지 말해 본 뒤 눌러서 맞춰 보세요.
백지에 써 보기
헌법 제37조 제2항
종이에 적거나 소리 내어 말해 본 뒤 눌러서 확인해 보세요.
처음 백지가 막막한 건 당연합니다
막상 덮고 써 보면, 첫 줄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금 읽은 조문인데도 몇 단어 쓰다 펜이 멈춥니다. 처음 써 본 답은 이런 모습이기 쉽습니다.
처음 덮고 써 본 답 (예)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 법률로 …… 제한할 수 있으며 …… 본질적인 내용 ……
기억나는 단어 몇 개만 남고, 그 사이는 비어 있습니다
이 막막함이 백지 공부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몇 번 막히고 나면 "역시 나는 안 되나" 싶어 다시 읽기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막막한 건 방법이 틀려서가 아니라, 계단 없이 맨 위부터 오르려 해서입니다.
실험을 다시 보면, 써 본 집단은 처음 써 볼 때 방금 읽은 글의 70% 정도를 적어 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꺼낼 수 있는 상태에서 연습한 것입니다. 연구진도 떠올리기는 꽤 잘 꺼낼 수 있을 때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거의 아무것도 못 쓰는 백지는 결국 정답만 보고 넘어가게 되어, 꺼내는 연습이 되기 어렵습니다.
백지가 막막하면 키워드부터 가려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백지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핵심 용어만 가리고 나머지는 단서로 남겨 둔 채 시작합니다. 남은 말을 붙잡고 가려진 말을 떠올리면 되니, 막막함 없이 꺼내는 연습을 바로 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만 가리고 떠올리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을 침해할 수 없다.
빈칸을 하나씩 말해 보고 눌러서 맞춰 보세요.
키워드가 익숙해지면 가리는 곳을 조금씩 늘려, 마지막에 조문 번호만 보고 백지에 써 봅니다. 백지에 써 본 답에서 빠진 말이 있다면, 그 말이 다음에 가장 먼저 가릴 곳입니다.
목표는 언제나 마지막의 백지입니다. 빈칸은 그 백지까지 가는 계단입니다.
정리
서술형 답안은 읽는 횟수보다 꺼내 써 본 횟수만큼 남습니다.
- 다시 읽기는 5분 뒤에는 효과가 있어 보여도, 일주일 뒤에는 써 본 쪽에 뒤집혔습니다(40% 대 61%).
- 14.2번 읽은 학생보다 3.4번 읽고 세 번 써 본 학생이 더 많이 기억했습니다.
- 많이 읽을수록 '외웠다'는 자신감은 커지지만, 실제 기억과는 반대로 갈 수 있습니다.
- 한 번 읽고 → 덮고 백지에 써 보고 → 원문과 맞춰 보고 → 빠진 곳부터 다시 써 봅니다.
- 처음 백지가 막막한 건 당연합니다. 키워드만 가리고 시작해, 가리는 곳을 늘려 백지로 갑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떠올려 볼까요? 헌법 제37조 제2항은?
마지막으로 백지에 써 보기
헌법 제37조 제2항
끝까지 말하거나 적어 본 뒤 눌러서 맞춰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서술형 답안은 토씨 하나까지 똑같이 외워야 하나요?
처음부터 그럴 필요는 없어요. 먼저 내 말로 뼈대를 끝까지 꺼내는 연습을 하고, 원문과 맞춰 보며 빠진 핵심 용어를 하나씩 채우면 됩니다. 조문 번호, 숫자, 법률 용어처럼 바꾸면 틀리는 말은 그대로 외웁니다.
Q. 손으로 쓰지 않고 말로 해도 되나요?
네. 중요한 건 머릿속에서 꺼내는 것입니다. 속으로만 떠올리기보다 소리 내어 말하거나 적어 볼 때 효과가 더 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빈칸 공부법 완벽 정리에서 다뤘습니다.
Q. 써 본 뒤에 꼭 정답을 확인해야 하나요?
이 실험에서는 정답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도 써 본 쪽이 더 오래 기억했습니다. 그래도 원문과 맞춰 보면 틀린 곳까지 고칠 수 있어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연구진도 정답 확인을 더하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Q. 읽기는 아예 하지 말아야 하나요?
아니요. 처음에 뜻을 이해하려면 읽어야 합니다. 실험에서도 써 본 집단은 먼저 한 번 읽었습니다. 다만 두 번째부터는 다시 읽는 대신 덮고 써 보는 쪽으로 시간을 옮겨 보세요.
참고 자료
- Roediger & Karpicke (2006). Test-enhanced learning: Taking memory tests improves long-term re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 대한민국헌법 제37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시행 1988.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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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가 막막하면 언제든 단계를 내려가 키워드부터 떠올리면 됩니다.
- 빈칸을 누르면 정답이 바로 보여, 써 본 뒤 곧바로 맞춰 볼 수 있습니다.